![]() 보면서 든 생각은 두 가지. 그 하나는 역시 한국전은 국가 단위의 병림픽이라는 것. 이 책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부터 51년까지 2년간의 전쟁의 경과를 주로 서술하고 있다. 전쟁을 다룬책들은 주로 각종 전투에 대한 묘사에 지면의 대부분을 할애하지만, 이 책의 경우 전쟁이 벌어지기 전과 도중의 전쟁당사국들(남한과 북한, 중국과 미국)의 사정이 상세히 서술되어 있으며 전투는 상세히 묘사하기보단 한국전쟁 생존자들의 인터뷰 내용에서 옮겨온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각 나라들에서 벌어진 갈등과 촌극, 미묘한 파워게임들을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으며 전투의 참혹함과 혼란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데에도 더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읽다보면 단연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로 더글러스 맥아더에 대한 부분이다. 어렸을 적 맥아더 장군의 은혜(?)와 그 천재성에 대해서는 위인전과 학교 교육을 통해 충분히 접하였고 군대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맥아더는 '아집과 공명심에 눈이 먼 노망난 늙은이(덧붙여 마마보이)'에 지나지 않는다. 오죽하면 인천상륙작전이 '그가 이 전쟁에서 거둔 처음이자 마지막 성공'이라고 까지 할까. 결국 동원훈련 정신교육 시간에 한국전쟁에 대한 수정주의 사학자들의 견해를 비판하며 맥아더 장군의 전공을 치하하던 예비역 장군님같은 분께는 권해드리기 힘든 책이 되버렸지만, 위인의 그늘에 가려진 한 인간의 본모습을 다시 볼 수 있었으니 다행이라 하겠다. 이 책에서도, 그리고 생뚱맞지만 얼마전 우연히 보게된 영화 '고스트 오브 걸프렌즈 패스트'에서도 언급되듯 한국전쟁은 어느 전쟁 못지않게 격렬했지만 정작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전쟁이다. 승자 없이 패자만 남은 채 끝나버린 이 전쟁에서 도대체 어떤 의미를 찾아야만 하는걸까. 지금의 우리나라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것? 뭐 북한과 대립각을 세우며 저놈에게 보란듯이 잘살아보자라는 식으로 해서 결국 이렇게까지 온 건 확실히 괜찮은 것 같기는 하다만, 만약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이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굴러가지 않았을까. 그리고 고작 한 인간의 비뚤어진 야심때문에 목숨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에겐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을까. 그러니 다시 되새김질 할뿐이다. 전쟁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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