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는 하프 라이프의 라이벌이라능! SIN


지금이야 안 그렇지만 대략 10년전 쯤에 나온 FPS게임들은 대부분 공통점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바로 게임 제작에 '퀘이크
엔진을 사용했다.'라는 것. 퀘이크 엔진의 어느 점을 게임 제작자들이 선호했는지는 그쪽 방면에 대해서는 그다지 아는 바가
없으므로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그땐 언리얼 엔진과 함께 FPS계를 양분하는 하나의 코드였던 것 같다. 뭐 좀 나왔다하면
'퀘이크 엔진을 이용한 미려한 그래픽...' 같은 소개가 상투적으로 흘러나왔으니까.

퀘이크 엔진을 쓴 게임들은 '퀘이크' 자신을 비롯해 '메달 오브 아너'나 '솔져 오브 포츈', '다이카타나' 등이 있지만 많은 작품들
중에서 -퀘이크 다음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하프 라이프'일 것이다(정확하게 말하면 퀘이크 엔진을 개량해서 만든 엔진이지만
시작은 퀘이크 엔진이니 여기에 포함되도 무방하지 않나 싶다.). 허나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는 퀘이크 엔진 쓴 게임 나열이 아니라
이 하프 라이프의 라이벌로서 등장한 게임에 관해서이다. 하프 라이프가 막 시장에 나오려 할 무렵 또다른 FPS게임이 비슷한 시기에
발매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이름은 SIN이라고 했다.

SIN을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참 '웃기는 게임'이다. 웃기다는 말에는 해학적이라는 말외에 다른 의미도 좀 섞여 있긴 하지만
그야말로 이 게임은 웃기다. 미래에 범죄가 하도 많이 일어나서 경찰들이 너무 바빠지다 보니까 아예 경찰 조직을 해체해버리고
여러 민간업체에서 그 역할을 맡게 된다는 건 블랙 코미디스럽고, 피아를 막론하고 어딘가 나사가 하나씩 빠져있는 캐릭터들이
말하는 것들을 듣다보면 황당해서 정말 웃음이 안 나올 수 없다. 심지어 벽에 걸려있는 게시판을 봐도 우스꽝스러운 것들 일색이다. 

게임 개발자들이 피자 파티 3주 후 빈혈로 사망[..........]


또한 퀘이크류의 Kill'em all 스타일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한 것도 마음에 든다. 게임 진행은 외길이
아니라 몇 가지 분기를 택하는 식으로 진행이 가능하며, 다소 어울리진 않지만 잠입 미션도 있다. 그리고 가장 독특했던 점은
게임 내 콘솔 커맨드이다.

게임을 돌아다니다 보면 모니터가 켜진 컴퓨터를 볼 수 있는데 그곳을 이용하면 위와 비슷한 화면이 뜨게된다. 마치 옛 도스 프로
그램을 연상시키는 이 시스템은 주로 게임 플레이 도중 중요한 정보를 얻거나, 닫힌 문이나 성가신 경보 따위를 해결하거나, 혹은
장난을 치는(?) 용도로 주로 사용된다. SIN의 특징 중 가장 인상깊고 독특한 것이 아닐까 싶다.

앞서도 서술했듯이 SIN은 등장할 당시 하프 라이프의 라이벌이었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혹시 여기서 하프 라이
프 말고 SIN을 기억하시는 분 손? 넵 없죠. 그렇다. 망했다. 그럼 왜?

왜긴 왜겠습니까. 아무리 독창적이면 뭐합니까. 게임이 완전 퀘이크2구만.

퀘이크2의 엔진을 차용했다고 하지만 SIN은 너무나도 퀘이크2와 닮았다. 로켓 등의 폭발 그래픽과 아작이 나버린 시체 조각마저 
닮아 있다. 심지어 게임 도중 임무를 확인하는 것마저도 퀘이크2와 닮았다. 그렇기 때문에 퀘이크2를 해본 사람이라면 마치 퀘이크
2의 잘 빠진 모드(MOD)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다른 문제는 이 게임이 완전히 버그 투성이였단 점이다. 아예 소리가 들리지 않거나, 플레이어가 움직일 수 없거나, 혹은 갑자기
튕겨버리는 식의 버그가 너무나 많았기에 발매 초기의 SIN은 게임 진행이 거의 불가능했다. 또한 게임의 로딩도 문제였는데,로딩
시간이 당시의 고사양 컴퓨터에서도 느리게 느껴지는 수준이었다. 결국 제작사인 리츄얼은 게임의 대규모 패치를 단행하게 된다.
그런데 이 패치가 또 구설수에 오른게 당시엔 보통 게임 패치의 크기는 5MB 안팎을 웃돌았지만 SIN의 패치는 무려 30MB를 넘
었다. 게다가 이 패치로도 고쳐지지 않는 버그가 있었다.[........] 뭐 일단 중요한 버그들은 다 고친데다가 게임 진행에 무리를 주지
않는 버그여서 그냥 넘어간 듯 하지만 좀 그렇긴 하다.

이런 문제점들은 경쟁작을 의식한 서두른 개발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제작사측은 하프 라이프를 무찌르기위해(?) SIN을 하프
라이프보다 한달 전에 미리 발매해서 시장을 미리 싹쓸이 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수많은 버그로 인한 악평에 시달려야 했으며, 설상
가상으로 하프 라이프는 발매 후 수많은 게이머들로부터 최고라는 평가를 받으며 큰 인기를 누렸다. 그 결과 SIN은 확장팩도 하나
나오긴 했지만 소리소문없이 잊혀진 존재가 되고 말았다. 오호 통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이 이 모양이 될 줄 몰랐던 개발자들은 하프 라이프를 엎어버리기로 단단히 작정했던 모양이다. 이는 다음의
스크린샷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팻말만 쓸쓸히 남은, 그나마도 땅에 파묻힌 블랙메사 연구시설.(응?)

'밸브' 가지고 장난치지 마시오.[.........](아니, 밸브랑 놀지 말라고 해석해도 되려나?)

이렇게 잊혀져 갈 줄 알았던 SIN은 2006년에 SIN:Episode 1이라는 후속작으로 다시 돌아온다. 재미있는 것은 이 후속작에 사용된
게임엔진은 '하프 라이프 2'의 소스엔진이라는 것. 게다가 SIN의 원작과 그 후속작은 Episode 1 발매 이후 밸브의 스팀을 통해서도
정식으로 구입이 가능하게 되었다.

한때 그렇게 이기고 싶었던 경쟁작의 그늘안에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라이벌이라....참 묘한 상황이 아닌가? 하여간 세상일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by 디거 | 2009/07/19 11:32 | 게임錄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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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진성노빠 at 2009/07/19 14:06
항상 손오공에게 도움받는 베지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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