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밥먹지 마라
"왜 그렇게 밥을 혼자 드세요?"

식판을 내려놓으며 나는 물었다. 내 맞은편에 앉아 있는 그에게.
전혀 예상외의 상황 덕분인지 그는 대답도 안하고 그저 나를 쳐다보고만 있을 뿐이다.

"아, 안녕하세요. 저 아시죠? 우리 과도 같고 수업도 같이 듣잖아요."

뭐, 나도 딱히 대답을 들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지라 그저 그렇게 말한 후 자리에 앉았다.

지금 내 앞에 앉아있는 녀석은 이른바 과내 최고의 아싸다.
처음 그를 봤을때를 기억한다. 말쑥하고 다소 과묵해보이는, 그것외엔 전혀 특이한 점도 없는 단순하고 평범한 대학 새내기
그 자체. 그래서 그가 아싸라는 말을 들었을때 - 맨날 혼자 앉아서 밥먹는 다더라, 과제 때문에 조모임한다치면 코빼기도 안
비친다더라, 아예 수업에 한번도 안나온 과목도 있다더라와 같은 - 상당히 신선함(?)을 느꼈다. 세상에, 그런 흔해빠진 녀석도
아싸가 될 수 있구나. 그리고 동시에 그에게 일종의 호기심을 안게 되었다. 과연 얘는 어떤 녀석일까?  
내가 생각하는 아싸는 이런 평범한 외모가 아니라 감지 않은 머리엔 기름이 흐르고,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쓰고서, 군데군데 여드름이
난 양 볼을 헐떡이며 걸어다니는 뚱뚱한 애들이다. 이 녀석은 그 범주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는가. 그래서 그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졌다.

어떻게 하면 접촉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수업이 늦게 끝나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밥을 먹으러
식당에 왔는데 거기에서 그 녀석을 발견한 것이다. 기회는 찬스. 그가 앉은 자리를 눈여겨 봤다가 잽싸게 내 식사를 가지고 그의
앞자리로 향했다.

......그리고 10분째 우리는 말없이 밥을 위에 밀어넣고만 있다. 아싸고 또 방금전의 태도로 봐서 그리 쉽게 말문을 열 것 같지는
않았지만 이정도였을 줄이야. 이런이런 이거 식사가 끝나가고 있잖아. 이렇게 되면 실패다. 그런 생각을 하며 일어나려는 찰나.

"......왜 혼자 밥을 먹냐고 했었지?"

갑자기 그가 머뭇거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래서 말인데 난 오히려 반대로 묻고 싶어. 어째서 여럿이서 밥을 먹어야 돼? 우리가 애들도 아니고 예전처럼 급식시간에 우루루
몰려가서 한자리에서 밥먹을 필요 없잖아. 그리고 정말이지 난 너같은 말을 하는 새끼들이 이해가 안가. 혼자서는 밥 먹을 용기도
없나? 꼭 그렇게 남들 사이에 숨어 있어야 하나? 여럿이서 모이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게 없는건가? 말해 두겠는데 혼자서 밥 먹는
건 죄도 아니고 부끄러운 일도 아니야. 그러니까 나한테 그럴 소리 할 시간 있으면 네......"

아. 한번 봇물이 터지니까 쉽구나. 이렇게 말을 많이 할줄은 또 몰랐는데.
지금 말을 듣고서 확실히 알았다. 이 친구는 실은 외로워한다. 혼자서 밥먹고 있는 주제에 실은 나같은 말을 건네주는 녀석을 필요
로 하고 있었던 걸거다. 나는 이 녀석의 친구가 되어줘야해.

막상 마음을 정하니 기분이 편해진다.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머문다. 아, 그래 이제 내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줄 시간이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한참 장광설을 떠들어대고 있는 그를 향해 아직 국이 남아있는 국그릇를 힘껏 던졌다.


그래.

내가

친구가 되어주지.

그러니 지금의 이 고통도

언젠가는 우리의 소중한 추억이 될거야.

안그래, 친구?
by 디거 | 2008/12/20 11:14 | ETC錄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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