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의 서자, Diablo:Hellfire


1996년 블리자드가 발표한 디아블로는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동안 롤플레잉의 이미지라면 이런저런 마을과 도시를 방문
하고 NPC와 대화하며 혹은 동료로 삼고, 세계 곳곳에 흩어진 던전을 탐험하며 마주치는 적들을 턴 방식으로 상대하는게 일반적
이었다. 근데 이건 뭐냐. 등장하는 마을도 하나. 던전도 하나. 동료는 없음. 그러나 디아블로는 상기한 것들을 포기한 대신 전투에 
주안점을 두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마치 액션게임을 하듯이 걍 눈앞의 적들을 칼이든 주먹이든 마법이든 써서 없애
버리면 그만이다. 답답한 턴방식이 아닌 실시간으로. 게다가 게임을 새로 시작할때마다 달라지는 던전의 모습이라던가, 랜덤하게
주어지는 퀘스트. 다양한 매직 아이템과 네임드 몬스터의 등장은 게이머로 하여금 지루하다는 느낌없이 기꺼이(?) 반복 플레이를
하게 만들었다. 이미 1편부터 폐인 양산의 기미가 보인 것이다. 이 게임은.[.........]

하지만 그보다 충격적이었던 점은 디아블로를 통해 블리자드가 처음으로 선보인 멀티플레이 방식인, '배틀넷'이었다. 잘 알다시피
'배틀넷'은 블리자드 서버를 통해 별도의 과금없이 전세계 플레이어들과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다. 당시의 멀티플레이
는 직접연결(Direct Connect)이나 모뎀을 통해 아는 사람과 겨우겨우 게임을 하는게 고작이었다. 이런때에 '배틀넷'이라는 나름
혁신적인 수단이 등장하였으니 게이머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뜨거웠다. 그러나 이때는 배틀넷 서버에 사용자의 캐릭터 데이터를
저장해서 관리하지 않았으므로 나중에는 배틀넷이 치트 플레이어의 온상이 되는 부작용이 있었다.(이 때문인지 디아블로II는
배틀넷 유저의 캐릭터 데이터를 서버에서 저장, 관리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어쨌든 간에 위와 같은 이유로 디아블로는 큰 인기를 누렸으며 대부분의 비평가로부터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다. 1996년에는 게임
스팟의 '올해의 게임상(Game Of The Year Award)'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러한 인기를 등에 업고 이듬해인 1997년 디아블로의
확장팩이 제작되기에 이르렀으니.................그것이 지금 소개하려는 작품, 헬파이어다.

특이하게도 헬파이어는 블리자드의 손에서 만들어지지 않았다. 지금은 시에라 엔터테인먼트(Sierra Entertainment)로 알려진
시에라 온라인(Sierra On-Line) 산하 개발팀인 시너지스틱 소프트웨어(Synergistic Software)에서 모든 개발을 담당했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헬파이어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비공식 확장팩(Unofficial Expansion Pack)으로 보는 견해가 대부분이며,
이런저런 굴욕을 당하기도 했지만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고.(제목의 '서자'라는 표현도 그 때문이다.)


추가된 점, 바뀐 점, 달라진 점 등등


헬파이어는 확장팩 답게 이런저런 추가사항을 단행했다. 일단 새로운 던전을 두 개 추가하였고 그에 발 맞춰 새로운 퀘스트 역시
추가되었다. Monk라는 새로운 클래스가 추가되었으며 새로운 쉬라인, 마법과 이런저런 무기나 아이템들도 추가되었다.

새로운 던전 Catacomb(위)와 Nest(아래).


그리고 그동안 느릿느릿한 이동속도가 불만이었던 유저들을 배려해서인지 '마을에서만'은 뛰어다닐수 있도록 옵션을 조정했다.
단, '마을에서만'이고 던전에서는 여전히 걸어다녀야 한다.[............]

이밖에도 마을에 새로운 NPC가 생겼으며 유니크 몬스터들이 추가되었다.

새로 생긴 NPC 농부 레스터.

새롭게 추가된 유니크 몬스터이자 이번 확장팩의 보스인 나크룰


그리고 이 모두를 상쇄시킬 단점들.



이것저것 추가되었고 게임플레이에도 개선이 이루어진 것은 좋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헬파이어에는 단점이 있었으니....

바로 멀티플레이의 부재였다.

앞서도 썼지만 디아블로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원인은 배틀넷이라는 멀티플레이 환경의 제공도 한 몫 단단히 했다. 그런데 확장팩
이랍시고 나온 게임이 무슨 생각인지 멀티플레이를 빼먹은 것이다. 아무리 달라진 것들이 많다고 해도 자기 혼자만 즐기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게다가 디아블로 같은 게임에.

또다른 문제점은 헬파이어 자체가 미완성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원래 헬파이어는 3명의 신캐릭터와 나크룰 이외에도 디아블로의
본 스토리와 연관이 있는 중요인물과 퀘스트가 등장하기로 기획되어 있었다(이 퀘스트 중에는 타락천사 이즈알(Izual)을 처단하
는 퀘스트도 있었다!). 하지만 개발일정에 쫓기다보니 이러한 기획안이 모두 반영되지 못했고, 결국 헬파이어는 반쪽짜리 모습으로
시장에 나오게 된 것이다.  제작사에서는 그래도 아쉬움이 남았는지 등장예정이었던 두 명의 캐릭터를 모종의 방법으로 등장할 수
있게 했다. 물론 외양은 기존 캐릭터의 것을 그대로 쓰기에 별 감흥은 없지만.

그외에도 길찾기 인공지능이 좋지 못해 밀리 캐릭터가 레인지 공격을 하는 적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던 문제, 새로 추가된 마법이
기존에 있던 것의 재탕이 많았던 점, 낮은 음질의 사운드, 버그 패치를 위해 블리자드에서 지속적으로 오리지날 관련 패치를 내놓은
반면, 시에라 쪽에서는 단 하나의 패치만 내놓았던 것도 단점으로 꼽을 수 있다.


그 후.....


위에 언급한 단점들과 시에라 쪽의 안이한 사후 지원덕에 헬파이어는 점점 게이머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갔다. 제작사 시너지스틱
소프트웨어는 이 게임을 마지막으로 1999년, 시에라의 구조조정으로 문을 닫았다.
이 후 헬파이어는 디아블로2나 그 확장팩인 파괴의 군주 스토리상의 어디에서도 언급되지 않는 굴욕을 당한다. 블리자드 자사의
게임목록에 헬파이어는 아예 빠져있으며(물론 직접 제작하지는 않았지만서도), 나크룰 또한 설정상으론 디아블로의 부관이었고
확장팩의 보스였다지만 유명한 악마이름에도 들어있지 않다. 한마디로 공중분해된 셈.

물론 디아블로2에서 헬파이어의 모습을 약간 찾아볼 수 있긴 하다. 헬파이어의 게임 플레이 개선 사항은 디아블로2에서도 반영이
되었으며(달리기 이동이나 바닥에 떨어진 물건들을 볼 수 있게 했던 것. 단, 헬파이어에서는 이것을 마법으로 해결했지만 2에서는
버튼하나로 해결했다.), 카타콤은 2의 1장에서, 네스트는 2장에서 그와 유사한 컨셉의 던전을 볼 수 있다.


결론


헬파이어는 디아블로의 확장팩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지만 원작의 유명세를 이어 나가기엔 단점이 너무 많았다. 만약 기획안대로
게임이 제작되었다면 어떤 모습이었을지, 적어도 후속작에서 언급이 되었을 수준이 아니었을지 생각해본다.
by 디거 | 2007/12/23 19:22 | 게임錄 | 트랙백(1) | 핑백(1)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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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Siegfried's .. at 2008/07/15 17:19

제목 : 디아블로1, 헬파이어, The HELL
모두 디아블로를 찬양하라!! drtl109b.zip 1.09b 패치 입니다. 배틀넷을 하기 위한 필수 패치입니다. 요즘 디아블로 전편들을 다시 한번 섭렵해 보고 있습니다. 디아블로3 이야기를 듣고 많은 분들이 다시 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저는 디아2 보다는 디아1 쪽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옛날엔 전사로만 플레이 했었는데 이번엔 마법사로 해서 디아블로를 잡아보려 하고 있죠. 친구와 함께 틈틈히 하는데 그 친구는 여전히 로그를 선......more

Linked at 돌아온 삽질 연습장 : 스타크.. at 2009/05/05 00:20

... 글플레이어 미션만 하기 위해 이걸 구입할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얼마 안 있어 블리자드는 정식 확장팩인 브루드 워를 내놓았다.[.........] 그래도 이 두 작품은 누구에 비하면 사정은 좀 나은 편이다. 적어도 FAQ에서 그 존재를 입증이 가능하게 했으니 블리자드에서 입 싹 닦고 돌아서지는 않았다는 뜻이 아닌가. ... more

Commented by 듀공 at 2007/12/23 19:56
하하 전 그래도 정말 재미있게 플레이했는데 이거 뒷얘기를 알고나니 굴욕 중의 굴욕이군요
서자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아요;;;;
Commented by John at 2007/12/23 21:41
최근에 디아블로관련 팬픽(제로의사역마와 크로스 오버된)을 쓰고 있어서 관련 정보를 찾아봤습니다만, 확실히 헬파이어관련 정보는 사실상 무시되는거나 마찬가지더군요. 무엇보다 멀티플레이 지원 안했던것은 심했습니다...
Commented by 디거 at 2007/12/24 20:57
듀공님 / 그야말로 디아블로의 흑역사죠.

John님 / 완전히 내놓은 자식이죠. 기획안대로 만들어졌으면 어떻게 됐을지 참....
Commented by 날씨좋다 at 2007/12/28 00:52
허... 전 헬파이어를 무척 재미있게 했는데 ㅠㅠ
몽크! 아포칼립스! ...............그나저나 나도 이거 두개만 기억하고 있구나(...)
지못미 헬파이어 ㅠㅠ
Commented by 디거 at 2007/12/28 11:28
원작이 재미있으니 이것도 그런데로 재미있긴 하지만, 확실히 좀 안습이죠.
지못미 헬파이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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